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3월과 4월에 너무 일찍 팔았습니다. 당시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공포에 눌려 손절하거나 조기 수익실현을 했는데, 돌아보면 그때가 오히려 더 담아야 할 구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뼈아픈 경험을 한 탓에 지금 이 급등장에서 저는 오히려 차분하게, 그리고 조금은 보수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급등의 진짜 배경 — 외국인 수급이 열린 이유
이번 코스피 7,400 돌파는 단순한 분위기 반전이 아닙니다. 제가 수급 흐름을 들여다봤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외국인 자금의 유입 경로가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메모리 반도체 ETF인 'DRAM'이 출시 한 달 만에 운용자산 28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ETF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로, 이 ETF 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약 50%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미국 개인투자자가 이 ETF를 사는 것만으로도 한국 반도체 대형주에 간접 투자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3조 원이 넘는 미국 자금이 한국 반도체로 흘러 들어오는 채널이 생긴 셈입니다.
여기에 삼성증권이 미국 대형 브로커 IBKR(인터랙티브 브로커스)와 손잡고 외국인 전용 통합계좌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직접 사는 길도 대폭 넓어졌습니다. 이 두 가지 변화가 맞물리면서 5월 첫 2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합쳐 약 6조 3천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매크로 환경도 한몫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15% 수준으로 타결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반도체 수출에 드리워진 최악의 시나리오가 사라졌고, 이란 종전 합의 MOU 소식이 전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 우려도 한풀 꺾였습니다. 리스크온(risk-on)이란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을 팔고 위험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심리를 말하는데, 이 두 가지 재료가 동시에 글로벌 리스크온 분위기를 자극한 것입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매출 52.6조 원, 영업이익 37.6조 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72%라는 전례 없는 수익성을 보여줬습니다. 삼성전자도 1분기 영업이익 57.2조 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30% 이상 상회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란 기업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현상을 뜻하는데, 이번 두 회사의 실적이 정확히 그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실적 발표 자료를 확인하면서도 "이게 실제 숫자가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한국 반도체 수출 역시 같은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9% 급증하며 한국의 대미 수출 전체를 이끌고 있고, 한국 수출 순위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오른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출처: 한국무역협회).
이번 급등의 배경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DRAM ETF를 통한 미국 자금의 간접 유입 구조 형성
- 삼성증권·IBKR 통합계좌 출시로 외국인 직접 매수 경로 개방
- 트럼프 관세 15% 타결 방향으로 반도체 수출 최악 시나리오 해소
- SK하이닉스·삼성전자 동반 어닝 서프라이즈
- 이란 종전 MOU로 글로벌 리스크온 심리 자극
지금 들어가도 될까 — 차익실현과 분할매도 전략
솔직히 저는 이 질문이 가장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하고, 밸류에이션 데이터도 그 말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PER(주가수익비율)이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시장이 이 기업의 이익을 몇 배로 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현재 PER은 글로벌 반도체 피어 대비 여전히 낮은 구간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D램 업황이 전년 대비 340% 성장하는 강력한 업사이클에 진입했고, 이런 사이클은 통상 2~3년은 지속됩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와 DDR5 메모리 3년 장기 공급 계약, 구글과 범용 DRAM 5년 공급 계약을 맺으며 이미 2026년 전체 생산 캐파가 조기 매진된 상태입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에는 SK하이닉스의 192GB SOCAMM2 메모리 모듈이 독점 공급됩니다. SOCAMM2란 기존 HBM보다 대역폭과 에너지 효율을 크게 향상시킨 차세대 메모리 모듈 규격으로, AI 서버용 메모리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봤을 때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금 시점에서 무작정 추격 매수를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3월과 4월을 겪으면서 너무 일찍 팔면 아깝고, 너무 늦게 팔면 다시 원점이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단기에 10~27%씩 급등한 구간에서는 차익실현 매물이 언제든 쏟아질 수 있습니다. 이란 전쟁이라는 변수도 여전히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종전 MOU가 체결됐다고는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간에서 가장 유효한 접근은 분할매도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입니다. 이미 수익권에 진입하신 분들이라면 목표 수익률에 따라 일정 비율씩 나눠 파는 분할매도 전략을 통해 수익을 보호하면서 추가 상승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섹터 자체의 비중은 포트폴리오에서 35~40%까지 유지하되, 변동성이 커진 구간에서는 한미반도체(HBM용 TC본더 독점 공급)나 SKC(유리기판 소재)처럼 소부장 종목으로 분산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만합니다.
희열에 팔고 공포에 사라는 격언이 이제야 피부에 와닿는 이유는, 제가 3~4월에 정확히 반대로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공포에 팔고 지금 희열에 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것이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이번 급등이 단기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구조적 상승의 시작인지는 저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미국 자금이 한국 반도체를 사는 경로가 생긴 것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수익권에 계신 분들은 분할매도로 수익을 지키고, 아직 진입 전이라면 단번에 들어가기보다 분할매수로 리스크를 나누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유효해 보입니다. 시장은 항상 기회를 다시 줍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TradingKey — "SK하이닉스 주가 160만 원 돌파하며 신고가 경신" https://www.tradingkey.com/kr/analysis/...
동아일보 — "외국인·동학개미, 5월 들어 반도체 투톱 6조 순매수"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60506/133870264/1/
조선비즈, 동아일보, 연합뉴스 — 삼성전자 1Q26 실적 및 시총 1조 달러 관련 보도 (2026.05.06)
YTN, 동아일보 — DRAM ETF 24억 달러 유입, AUM 28억 달러 관련 보도 (2026.05.06)
매일경제, 이데일리 — "코스피 랠리 속 증권株 급등…삼성증권 27% 상승" https://www.mk.co.kr/news/stock/12035030/
조선비즈 — "애플, 삼성·인텔과 파운드리 협력 검토" 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6/05/05/...
비즈니스포스트, 머니투데이 — 반도체 소부장·인프라 수혜주 분석 (2026.05.06)
민심뉴스, 뉴시스 — 2차전지 섹터 동반 급등 현황 (2026.05.06)
연합뉴스 — "韓 수출, 日 처음 제치고 세계 5위…반도체 139% 급증" https://v.daum.net/v/20260506163314488/